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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판결로 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준

플랜투두
24년 6월 근로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 사고에 대해, 지난 10월 20일(화) 대법원이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4년, 박중언(아들) 총괄본부장에게 징역 7년을 확정했습니다.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재판을 뒤집고 대폭 감형된 2심과 대법원의 판결에 유가족은 재판 이후 울분을 토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이행 기준이 구체화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아리셀 참사 사고 발생 원인부터 판결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리셀 참사, 어떤 사고였나?
해당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리튬 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 내 적재되어 있던 3만 5,000여 개의 리튬 배터리 중 하나가 폭발하며 시작됐습니다. 불과 15초 만에 연기가 작업장을 뒤덮었고, 37초 만에 공장 내부에 적재되어 있던 배터리 3만 5,000여 개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대형 화재로 이어졌습니다.
출처 - KBS News, 아리셀은 어떤 곳? 역대 최악의 공장 화재
해당 사고로 23명의 근로자(중국 17명, 라오스(귀화) 1명, 내국인 5명)가 숨졌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단일 사고로는 가장 큰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안타까운 참사였습니다.
법원의 판결 내용
아리셀 참사에 대해 각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과 그에 대한 주요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재판부 | 박순관 대표 | 박중언 총괄본부장 |
|---|---|---|
1심 | 징역 15년 | 징역 15년, 벌금 100만원 |
2심 | 징역 4년 | 징역 7년, 벌금 100만원 |
대법원 | 징역 4년 | 징역 7년, 벌금 100만원 |
1심 재판부 주요 판결 내용 (중대재해처벌법 유죄)
- 박순관 대표는 대표이사로서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담하는 '사업총괄책임자'에 해당한다
-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있다는 점 및 이를 위반했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상 최고 형량 구형
2심 재판부 주요 판결 내용 (공소사실 일부 유죄)
- 공소사실 내용 중 박순관 대표에게 비상구 설치 의무가 없고 비상구 유지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산업안전보건법 비상구·비상통로 관련 의무 위반 혐의 무죄)
- 유족 및 다친 피해자들과의 합의 내용 제한적 반영
대법원 주요 판결 내용 (원심 확정, 상고 전부 기각)
-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이는 바, 원심 판결 확정 및 피고인과 검사 상고 모두 기각한다
아리셀 판결로 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내용
이번 대법원의 아리셀 최종 판결에서 형량을 가른 유죄 항목과 무죄 및 감형 사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책임 소재 및 의무 이행 기준이 명확해진 유죄 판결 항목 ]
1) '사업총괄책임자'와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의 책임 영역 명확히 구분
이번 판결에서는 사업총괄책임자와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의 책임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며 판결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책임분배 구조
구분 | 전사적 경영판단 영역 | 실질적 위임된 안전보건 영역 |
|---|---|---|
내용 | 사업 추진방향·조직체계·사업부문 간 자원 배분·안전보건업무 책임자 선임과 평가 등 | 배정된 조직·인력·예산 범위에서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최종 결정하고, 사업총괄책임자의 실질적 관여·개입이 없는 영역 |
의무 · 책임 소재 | 사업총괄책임자(대표) | 안전보건업무책임자(CSO) |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단순히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또는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선임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업무책임자에 무조건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아리셀의 경우 운영총괄본부장(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 안전보건 업무를 독립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조직이나 안전보건 예산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권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대표이사(박순관 대표)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며 이에 대한 의무와 책임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2) 위험성평가 절차 마련 및 이행 여부 판단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조치)
구분 | 1단계 | 2단계 | 3단계 |
|---|---|---|---|
본문 | 사업 또는 사업장 특성에 따른 업무절차를 마련 |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 반기 1회 이상 점검 | 점검 결과에 따른 필요한 조치 시행 |
단서 | 위험성평가 절차 마련 | 위험성평가 실시 및 결과 보고 | 업무절차 마련 및 점검의무 이행 간주(필요한 조치 별도 이행) |
아리셀은 위험성평가 실시규정과 실시계획이 존재했지만, 2023년부터는 위험성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위의 시행령에 근거하여 리튬 1차전지의 제조·운반·보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발이나 화재 등 사업장의 특수성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는 시행령 본문에 따른 업무절차가 마련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단서의 간주규정 또한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아,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 판결 형량을 뒤집은 법률의 빈틈 ]
1) 각기 다른 해석, 형량 대폭 감형 사유가 된 '비상구 설치 의무'
아리셀 공장의 경우 1층에는 위험물질인 리튬 배터리를 직접 취급하는 작업장이었으며, 화재가 발생하여 가장 큰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2층은 제조 마감과 검수, 포장 등의 작업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1심에서 선고된 형량 15년이 2심과 대법원에서는 4년으로 대폭 감경된 가장 큰 사유는 바로 비상구 설치 의무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7조(비상구의 설치) |
|---|
사업주는 위험물질을 제조·취급하는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에 대해 출입구 외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
1심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7조에 의거하여 아리셀 공장에 대해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이 포함된 건축물이라면 근로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해석하며 아리셀 사업장이 위반 대상이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의 경우, 해당 조항은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에 비상구를 설치하도록 규정할 뿐 건물의 각 층에 별도로 설치할 것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며 2층에 별도의 비상구 설치에 대해 법적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따라서 리튬전지의 화재·폭발 위험에 대해 예견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적절하게 구축·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유죄 판결을 유지했지만, 비상통로의 법적 정의 및 구체적인 설치·유지 의무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하면서 형량이 대폭 감소됐습니다.
이와 같은 판결에 전문가들은 화재가 발생한 2층의 비상구로 가는 길은 보안장치와 가벽으로 막혀있었으며, 비상통로에는 리튬 배터리가 적재되어 있었음에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건축물 단위의 비상구만 정할 뿐 층별 의무는 없다는 판결에서 문헌으로만 기록되어 있는 법률의 빈틈이 적용된 판결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 합의가 이루어지면 형량이 깎이는 '양형 구조'
또 다른 감형된 사유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합의에 관한 부분입니다. 2심과 대법원에서는 유족 및 피해자들과의 합의 내용을 제한적으로 반영하며 판결에 있어 감형으로 작용되었는데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의 양형 구조 또한 사고 예방보다 합의가 유리하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면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작용되어 중대재해처벌법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판결 이후 남겨진 유족의 울분과 노동계의 반발
이번 아리셀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 의무이행 기준의 구체화,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관계에 대해 첫 기준을 제시했는데요. 그럼에도 대폭 감형된 4년이라는 납득이 어려운 낮은 형량에 대해 가족과 동료를 잃은 유족과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법률 전문가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아리셀 참사 유족 "성의도, 예의도 없다"
산업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되는 비극, 중대재해 사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벌써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중대재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다음 콘텐츠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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