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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피지컬AI, 산업 현장의 안전을 가져올 수 있을까?

플랜투두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의 씬 스틸러는 누구였을까요? BTS? 톰 크루즈? 모두 아니고, 바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입니다. 브라질과 노르웨이가 맞붙은 16강전 하프타임에 깜짝 등장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심판에게 정중한 제스쳐로 공인구를 전달하고,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 유명 선수들의 세리모니를 따라하는 모습을 선보였는데요. ‘제대로 걷기나 할까?’ 싶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복잡한 행동도 유연하게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피지컬AI 기술이 발전한 겁니다.
피지컬AI는 정책 차원에서도 큰 화두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 6월 29일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피지컬AI를 그중 하나로 키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30년까지 피지컬AI 분야에서 전 세계 1강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고요. 시장 전망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MarketsandMarkets의 조사 결과를 보면, 피지컬AI 시장은 앞으로 6년 동안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2026년 15억 달러 → 2032년 152억 4000만 달러).
그리고 현재 피지컬AI는 산업 현장에 속속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역할 중 하나가 ‘안전’입니다. 과연 피지컬AI는 위험한 일을 사람 대신 맡아, 산업 현장을 더 안전하게 바꿔줄 수 있을까요?
피지컬AI란 무엇이고 어디까지 왔을까?
피지컬AI(Physical AI)란 말 그대로 실제 세계에서 움직이는 AI를 뜻합니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생성형AI가 글·이미지처럼 화면 안의 결과물을 만든다면, 피지컬AI는 실제 몸을 움직여 현실에서 행동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물론 제조용 로봇이나 가정용 로봇 청소기 등이 발전해오긴 했지만, 피지컬AI와는 결정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로봇: 룰 베이스로 움직입니다. 미리 정해진 동작만 반복 수행한다는 뜻으로, 작업 환경이 변할 때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합니다.
앞으로의 피지컬AI: 환경과 상황을 파악해 자율적으로 행동합니다. 행동한 뒤에는 그 결과를 다시 학습하여 끊임없이 진화하여 인간과 자연스레 어우러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학습하며 계속 발전한다는 것은, 사람이 아닌 로봇도 산업 현장에서 점점 ‘숙련도’를 쌓아간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점이 산업 현장이 피지컬AI에 주목하는 핵심 이유입니다. 이러면 피지컬AI가 위험한 작업을 사람 대신 수행할 수 있고, 사람보다 오랜 시간 일하며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피지컬AI 산업 현장 도입 사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 피지컬AI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기업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보스턴 다이내믹스입니다. 1992년 미국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으로, 2026년 7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잔여 지분 20%까지 전량 인수하며 완전한 계열사로 편입했습니다.

출처: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실제 산업 현장에 널리 쓰이고 있거나 인지도가 높은 피지컬AI 제품은 3가지입니다.
4족 보행 로봇 ‘스팟’: 노랑&검정 몸체의 4족 보행 피지컬AI로, 단체로 춤을 추는 영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산업 현장을 순찰하고, 가스 탐지처럼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업무를 대신 수행합니다.
박스 하역 로봇 ‘스트레치’: 물류 현장에서 상자를 빠르게 옮기기 위해 만든 피지컬AI입니다. 상체는 스마트 그리퍼, 하체는 바퀴로 되어 있고, 시간당 최대 800개 상자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상자 1개당 무게는 23kg까지, 한 번 충전으로 8시간 움직입니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2028년 생산 라인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테스트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기존 로봇이 수행하기 어려웠던 부품 정렬에 먼저 투입될 예정입니다.

출처: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피지컬AI와 산업 안전, 조금 더 들여다보기
EBS는 2026년 6월 <피지컬AI, 신입사원이 되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경상남도의 한 공장에서 피지컬AI를 ‘신입사원’으로 데려와 생산 라인 하나를 맡기는 과정이 담겨 있는데요. 공장의 대표는 “해당 공정이 무거운 걸 반복적으로 들어야 해 근골격계 질환의 우려가 있고, 공장 내에서도 기피 작업이다”라며 피지컬AI를 도입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는 공장 대표가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산업 현장에 피지컬AI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다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업무를 대신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은 영국에서 원자력 발전 시설 해체·정화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사람이 방호복을 입더라도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큰 작업인데, 인간 대신 현장에 들어가 오랜 시간 머물며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영국 원전 투입 사례 외에도 스팟은 뉴욕 경찰과 협력해 무장 피의자와 대치하거나, 스페인 광산 굴착 현장에서 낙석 위험을 진단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외에도 다양한 기업이 비슷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LOAS는 음성 AI 기술을 활용해 산업 현장의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데요. 사람이 접근하기 위험한 곳을 바퀴 달린 로봇 또는 드론이 접근하여 이상이 있는지 점검하고, 실제로 수리가 필요한 경우 현장 작업자에게 바로 보고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피지컬AI는 산업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동 현장에서 위험한 업무를 로봇이 대신할 경우 산업재해 발생 건수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근로자 1000명당 로봇 대수가 9.95대(1표준편차) 증가했을 때 근로자 100명당 재해근로자 수가 8% 감소합니다(2023년 발표, 2010~2019년 통계 기반). 특히 업무상 부상을 당하면 받는 ‘장해급여’ 수령 근로자가 16.9% 줄어들고요. 근로자가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는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다칠 일도 줄고, 관련 비용도 더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다만, 기존 일자리를 담당하던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위험도가 높은 업무라고는 하지만 사람의 자리를 피지컬AI가 대체하는 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기존 노동자에게 재교육을 반드시 하고, 피지컬AI를 관리할 수 있는 직군으로 재배치하는 등의 대안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피지컬AI가 산업 현장의 근로자를 전부 대체할 수 있을까?
물류 현장에 이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트레치가 쓰이고 있듯,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사람이 하던 일을 피지컬AI가 대신할 것입니다. 위험한 공정부터 높은 우선순위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상용화됐을 때는 국내 전체 일자리의 27%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서 좀 더 상상을 넓혀보면, 아예 모든 산업 현장의 근로자를 피지컬AI가 대체하는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제조, 물류, 조선, 건설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피지컬AI가 널리 쓰이는 것입니다. SF 영화에서 한 번쯤 본 듯한 모습이라 ‘이런 날이 금방 찾아오겠네’ 싶을 테지만, 전문가들은 피지컬AI가 상용화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고 말합니다.
① 피지컬AI가 당장 상용화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 기술 측면
피지컬AI가 산업 현장에서 실제 사람이 행동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데이터 수집 속도를 기준으로 아직 LLM·VLM과 10만 년 정도 격차가 있다고 강조하고요. LLM·VLM은 이 정도 수준의 데이터를 웹과 사람에게서 확보할 수 있었는데요. 피지컬AI는 사람이 어떤 작업을 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일일이 배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동영상으로 학습하면 안 되냐’ 생각할 수 있지만, 물건을 쥘 때 섬세한 악력 같은 건 인간의 행동을 직접 따라 해야만 배울 수 있어 학습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출처: Ken Goldberg, “Good Old-Fashioned Engineering Can Close the 100,000-Year ‘Data Gap’ in Robotics,” Science Robotics, vol. 10, eaea7390, 2025.
산업 현장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특정 부품의 간격을 미세하게 조정하거나, 건축 자재의 특성을 그때그때 파악해 힘을 조절하는 등의 기능이 필요합니다.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신입사원’도 즉시 작업 라인에 투입되지 못하고, 몇 날 며칠을 기초 행동부터 학습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산업 현장을 따져봤을 때 아직 배워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산업 현장에 피지컬AI를 구동할 만한 전력 인프라가 충분한가, 학습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와 주고받을 통신망도 잘 깔렸는가도 앞으로 주요한 도입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② 피지컬AI가 당장 상용화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 법 측면
피지컬AI는 산업 현장의 노동력을 대체합니다. 다시 말하면, 특정 근로자는 원래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부서로 배정받는 등 노동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국내에서는 이런 경우 여러 법의 영향을 받습니다. 크게 노동 관련 법, 안전 관련 법, 그리고 책임 소재에 관한 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노동 관련 법입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취업규칙 작성·변경 절차): 피지컬AI를 도입하며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근로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0조(협의 사항): 신기계·기술의 도입 또는 작업 공정의 개선, 생산성 향상 등에 영향력이 있는 사안은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치도록 합니다.
노동조합법 제29조(교섭 및 체결권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피지컬AI 도입에 대해 단체 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습니다.
다음은 안전 관련 법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대표적인데요. 피지컬AI를 들이려면 기존 안전 관리 방식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두 법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는 안전·보건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위험 요인을 개선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산업 현장은 이를 어떻게 수행할지 사람과 기계 위주로 프로세스를 만들었는데요. 앞으로는 피지컬AI와 함께하는 것까지 고려해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임 소재에 관한 법, 제조물 책임법입니다. 산업 현장에 도입한 기계가 오류를 일으켜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을 때, 책임을 기계 제조사에 묻는 법입니다. 만약 피지컬AI가 갑자기 오작동하여 사람에게 해를 입혔을 경우, 책임을 피지컬AI를 만든 곳에 묻는 것이고요.
다만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소프트웨어 오류나 AI의 자율적 판단으로 생긴 문제까지는 다루지 못합니다. AI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데다, 문제가 생겼을 때 로봇을 만든 회사와 AI를 개발한 회사 중 누구의 책임인지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은 상용화 전에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피지컬AI는 산업 현장의 안전을 가져올 수 있을까?
세상에는 위험하지만 사람의 손이 반드시 닿아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집을 짓는 일, 공장을 돌리는 일, 택배 물건을 상하차 하는 일, 유해 물질이 나오는 곳을 탐색해야 하는 일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터에서는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중대재해법과 산안법 등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OECD 주요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 통계 수치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출처: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그렇다면 피지컬AI는 이 오래된 문제를 풀 수 있을까요?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그림은, 피지컬AI가 사람의 일을 전부 대신하는 모습이 아닙니다. 추락·끼임·충돌·화재·유해물질 노출처럼 한 번의 사고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작업에서 사람을 먼저 빼내고, 로봇이 위험을 더 빨리 감지해 막아주는 모습입니다.
다시 말해 피지컬AI가 가져오는 안전은 ‘사람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사람이 위험한 자리에서 비켜서기 때문에’ 생기는 안전입니다. 로봇이 위험한 자리를 맡고, 사람은 그 로봇을 점검하고 판단하며 예외 상황에 대응하는 역할로 옮겨가는 것. 현재로서 가장 안전한 답은 완전한 무인화가 아니라, 사람과 로봇의 협업에 있습니다.
물론 이 그림이 저절로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작업부터 사람을 빼낼지, 로봇이 새로 만들어내는 위험은 어떻게 관리할지, 사람의 역할은 어디로 옮길지. 결국 기술 그 자체보다 이 질문들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진짜 안전을 가르게 될 것입니다.
피지컬AI를 기다리기 전, 현장의 안전을 지키려면
경기장에서 공을 건네던 아틀라스가, 언젠가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작업을 대신 맡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 날의 산업 현장이 더 안전해질지는 지금 우리가 그 방향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다만 그때가 오기 전까지, 현장의 안전은 여전히 사람과 제도가 지켜야 합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지금 모든 산업 현장이 기본으로 지켜야 하는 법인데요. 이름은 익숙해도 막상 실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는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법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궁금하다면, 다음 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총정리, 안전관리자가 꼭 알아야 할 4가지>에서 이어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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