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기후위기는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플랜투두

2026년 8월 5일, KBO 리그가 일주일간 중단됐습니다. 체감 온도가 너무 높은 탓에, 관객과 선수, 심판, 스태프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폭염 관련 기록도 갈아치웠습니다. 경상남도 양산은 7월 29일부터 닷새간 40℃ 이상을 넘겼고, 특히 닷새 중 마지막 날인 8월 2일은 42.5℃를 기록하며 국내 기상관측이 시작된 지 122년 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했습니다.

문제는 폭염이 해를 거듭할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대급 폭염이라는 말은 이듬해 힘을 잃습니다. 그 중심에는 기후위기가 있고 폭염뿐만 아니라, 한파와 대기오염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산업 현장 노동자에게는 그 영향이 더 큽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기후위기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기후위기와 1.5℃, 왜 중요할까?

기후위기란 그동안 일정한 패턴으로 순환하던 기후가 극단적으로 변해 전 세계에 큰 위험을 불러오는 것을 말합니다. 극단적인 날씨와 기상현상이 가장 피부에 와닿지만, 식량 부족, 에너지 위기, 물가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 전반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불러옵니다.

기후위기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입니다. 화석 연료 사용, 축산, 쓰레기 소각 등으로 인해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이 온실가스는 지구의 평균 기온을 높입니다(지구온난화). 평균 기온이 1℃ 높아질 때마다 극단적 이상기후가 급격하게 증가하며, 국제사회는 2015년 마지노선을 1.5℃로 정하고 이 이상으로 올리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파리협정).


  • 지구 평균 기온이 1.5℃ 오르면: 전 세계 인구의 14%가 5년마다 치명적인 폭염을 겪습니다. 옥수수, 쌀, 밀 등 주요 곡물의 생산량이 줄어들어 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크게 오릅니다.

  • 지구 평균 기온이 2℃ 오르면: 전 세계 인구의 37%가 치명적인 폭염을 겪습니다. 산호초의 99%가 멸종합니다.

  • 지구 평균 기온이 3℃ 오르면: 여름철 대부분이 폭염으로 채워집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막으로 변합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추이. 2020년에 1.125도를 넘어 2023년엔 1.4도 2024년엔 1.55도를 넘었다. 2025년에는 1.44도 넘었다. 세계기상기구 전 지구 기후보고서.

하지만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2024년에 1.5℃를 일시적으로 넘어섰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1.5℃를 막는 데 실패했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는 산업 현장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산업 현장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 세계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설립된 국제노동기구(ILO)는 ‘기후위기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위험 요소 6가지’를 정리한 바 있습니다(출처: 국회도서관). 자외선, 극한 기상현상, 대기오염, 매개체 감염병, 농약&화학물질, 폭염과 고열이 그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여기에 더해 한랭질환도 주요 위험 요소로 다루고 있습니다. 총 7가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자외선
  • 온실가스가 오존층을 조금씩 손상시키며 자외선 관련 위험이 커졌습니다.

  • 야외 노동자는 자외선이 가장 강한 시간대에 일하기에, 실내 노동자보다 최소 2~3배 많이 자외선에 노출됩니다. 이로 인해 야외 노동자는 비흑색종 피부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60% 높고, 안구 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아집니다.

② 극한 기상현상
  • 홍수, 가뭄, 산불 등의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걸 말합니다. 2026년 8월 경남 거제 지역에 내린 극한호우가 이에 해당합니다(이틀간 900mm 이상 강우).

  • 극한 기상현상 때문에 야외 노동자는 각종 위험에 노출됩니다. 예를 들어 폭우가 왔을 때 굴착 현장이 침수되거나, 지반이 약해져 타워크레인 같은 중장비가 전도될 수 있습니다.

③ 대기오염
  • 화석 연료로 인해 미세먼지가 발생하며 기후위기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다시 산불 발생 확률을 높여 더 많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 야외 노동자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은 상황에서도 작업을 이어가야 합니다.

  • 야외 노동은 업무 강도가 높아 호흡량이 5~10배 증가하고, 미세먼지도 그만큼 많이 들이마시게 됩니다. 특히 현장의 유해물질과 함께 들이마실 경우 호흡기 염증 반응이 더 커집니다.


노동자를 위협하는 이상 기후 현상 7가지를 아이콘으로 표현.
④ 매개체 감염병
  • 모기와 진드기 등 곤충에 의해 걸리는 질환을 말합니다. 기후위기는 이러한 곤충의 번식을 더 활발하게 하여 야외 노동자가 접촉할 확률을 높입니다. 풀밭과 흙이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야외 노동자가 특히 취약합니다.

  • 국내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해 털진드기에 의한 쯔쯔가무시증의 감염 위험이 커졌습니다(기온 1℃ 상승 → 환자 약 15% 증가). 과거에는 주로 가을철(10~11월)에 남부 지방에서 발생했는데요. 겨울이 따뜻해지며 12월에도 털진드기가 활동하고 수도권과 북부지역으로도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⑤ 농약&화학물질
  • 기후위기로 병충해가 늘어나면서 농약 사용이 늘어나고, 집중호우 때문에 잡초가 더 많이 자라 제초제 사용량도 늘어납니다. 농업 및 산림 노동자에게 특히 취약한 부분입니다.

  • 농약과 제초제를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흡수될 가능성이 커지고, 오염된 손으로 물을 마시거나 밥을 먹으면 입을 통해 체내에 침투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중독 증상이 나타나고, 신경계가 손상되거나 만성 호흡기 질환이 생깁니다.

⑥ 폭염
  • 지구 온도가 상승하며 폭염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급증하고, 열대야 등 고온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야외 노동자는 직사광선과 지열에 그대로 노출될 뿐만 아니라, 고강도 육체노동을 하며 체내에서도 다량의 열을 스스로 생성합니다.

  • 고온 환경에서 안전모나 방제복을 착용하면서 열 배출이 차단됩니다. 이로 인해 체온 조절 중추가 마비되어 사망 위험이 높은 열사병 같은 급성 온열질환에 걸리기 쉽습니다.

  • 탈수 때문에 만성 신장 질환 위험이 커지고, 고온으로 판단력이 저하되거나 어지럼증이 생길 경우 추락·협착 등 2차 대형 산재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⑦ 한파와 한랭질환
  • 고용노동부에서는 체감온도가 0℃ 이하로 내려가면 단계별로 위험을 규정합니다. 영하권에 접어들면 말초 혈관이 수축하고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어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면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유연성과 반응 속도가 떨어져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땀이 날 경우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저체온증에 걸리는 등 한랭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폭염이 산업 현장 노동자에게 가장 위험한 이유

전문가들은 앞서 언급한 7가지 위험 중 폭염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진단합니다. 미래에도 노동자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요. 국내외 통계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① 기후위기로 폭염 자체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기상원인규명네트워크(WWA)와 다국적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와 극한 기상 현상의 74%가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거나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폭염이 28%로 1위를 기록하며, 가장 심각해질 가능성이 큰 이상기후 현상으로 꼽혔습니다. 이때 폭염은 열돔 현상으로 인해 40℃ 이상인 날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 주 동안 이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② 노동자는 갈수록 폭염에 더 많이 노출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 인구 34억 명 중 약 71%(24억 명)가 폭염에 노출된 상황입니다. 2000년 65.5% 비교했을 때 그 비중이 증가한 겁니다.

특히 폭염은 임시·일용직이 더 노출될 확률이 높습니다. 국내 건설업 기준으로 살펴보면, 건설업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7.2%로 국내에서 5번째로 규모가 큽니다(2024년 통계). 이 중에서 임금 근로자는 163.7만 명, 그중 약 45%인 73.6만 명이 임시·일용직 근로자입니다. 이는 제조업보다 20.4%p 높은 비중으로, 고온 환경에 노출되기 쉬운 불안정 고용 인력이 건설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③ 노동자의 실제 폭염 피해도 증가한다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추이 그래프. 2020년 13건, 2021년 19건, 2022년 23건, 2023년 31건, 2024년 51건, 2025년 77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 건수는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국회 김위상 의원실 제공). 2025년에는 77건을 기록하며 2020년 13건 대비 5.9배 많아졌고요.

또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환자의 사망률은 15.9%에 달합니다. 이는 산업재해 전체 평균 사망률인 2%와 비교했을 때 8배 정도 높은 수치로, 폭염 환경 자체가 노동자의 생명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나타냅니다.

한마디로 기후위기로 폭염이 더 극단적으로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노동자는 이러한 폭염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 현장 임시직·일용직의 경우 폭염에 더 많이 노출되고, 이는 실제 산업재해 발생 건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노동자 안전, 법은 어떻게 규제하고 있을까?

국내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로 폭염노동 및 한파노동 시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란?: 이 법에서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가스·증기·방사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며, 폭염과 한파에 대해서는 같은 법 제1항 제7호에 예방하라고 명시해놓았습니다.

또한 산안법 제52조에서 규정한 ‘작업중지권’에 따라 폭염과 한파로 인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는 언제든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산안법 제39조에서는 ‘예방하라’고 정할 뿐,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하위 법령인 규칙을 따라야 하는데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온도·습도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을 한 파트로 할애하여 폭염·한파 작업에 대한 정의와 조치를 상세하게 적어두었습니다. 규칙에서 적혀 있지 않은 경우는 고용노동부에서 권고 사항으로 제안하고요. 폭염과 한파 시 사업주가 따라야 할 사항을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폭염의 정의와 사업주가 조치해야 할 것


  • 정의: 근로자에게 열경련·열탈진 또는 열사병 및 그 밖의 건강장해를 유발할 수 있는 더운 온도의 기상현상을 말합니다(규칙 제558조). 이때 ‘덥다’의 기준은 체감온도 31℃ 이상을 뜻하며, 체감온도는 작업장소 바닥면 1.2~1.5m에서 측정해야 합니다(규칙 제559조)

  • 노동자가 체감온도 33℃ 이상인 작업 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하는 경우 2시간마다 20분 이상 반드시 휴식을 줘야 합니다. 휴식을 주기 매우 곤란한 경우에는 개인용 냉방 장치를 제공하고, 통풍 장치를 가동해야 합니다(규칙 제560조).

  • 근로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해야 합니다(규칙 제567조).

  • 땀을 많이 흘리는 작업 시, 소금과 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갖춰두어야 합니다(규칙 제571조).


체감온도 35℃ 이상부터는 고용노동부에서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관리해야 합니다.


  • 35°C 이상: 한 시간에 15분 이상 휴식하고, 오후 2~5시 옥외작업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중지하라고 권고합니다.

  • 38°C 이상: 오후 2~5시에는 재난·안전관리 등에 필요한 긴급작업을 제외한 옥외작업은 중지하라고 권고합니다. 온열질환에 민감한 사람들도 옥외작업을 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체감온도 기준

필수/권고 조치

관련 규정/권고

31℃ 이상

폭염 작업 환경으로 간주

규칙 제558조

33℃ 이상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제공
휴식 곤란 시 개인용 냉방장치 제공 및 통풍 가동

규칙 제560조

35℃ 이상

한 시간에 15분 이상 휴식
오후 2~5시 옥외작업은 불가피한 경우 외 중지

고용노동부 권고 기준

38℃ 이상

오후 2~5시 긴급작업(재난·안전관리 등) 외 옥외작업 중지온열질환 민감군은 옥외작업 금지

고용노동부 권고 기준

한파의 정의와 사업주가 조치해야 할 것


  • 정의: 한파작업을 딱 명시한 것은 없지만, 법에서는 ‘한랭질환’을 드라이아이스·액체공기 취급 장소, 냉장·냉동고 내부처럼 저온 환경에서 이뤄지는 작업으로 규정합니다(규칙 제559조).

  • 한파 시 사업주는 노동자가 동상 같은 한랭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혈액순환을 위해 운동을 하라고 하거나, 젖은 작업복은 즉시 갈아입는 등의 조치가 포함됩니다(규칙 제563조).

  • 한랭작업 시 적절히 휴식을 취하게끔 해야 합니다. 다만 폭염 관련 규정처럼 명확한 체감온도 기준이 있지는 않습니다(규칙 제566조).

  • 너무 추울 경우 근로자에게 방한모, 방한화, 방한장갑, 방한복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도 ‘너무 춥다’의 기준이 정확히 있지는 않습니다(규칙 제572조).


고용노동부에서 기온에 따른 한파 시 작업 기준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에는 해당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 0℃ 이하: 휴식 기준은 아니지만, 영하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저체온증과 동상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옥외작업자를 위한 방한 체계를 가동해야 합니다.

  • -6℃ 이하: ‘한파 관심’ 수준으로 격상하고, 작업 전에 안전보건교육을 통해 보온용품과 휴식 계획 등을 점검해야 합니다.

  • -12℃ 이하: 기상청 한파주의보를 기준으로 삼고, 작업 시간과 강도를 조정합니다. 휴식 시간을 확대하고 한랭질환에 민감한 사람들을 다른 작업으로 배치합니다.

  • -15℃ 이하: 기상청 한파경보를 기준으로 삼고, 옥외작업은 최소화하거나 연기를 검토합니다.


기온 기준

조치 내용

근거/비고

0℃ 이하

휴식 기준은 아님
저체온증·동상 위험 증가
옥외작업자 방한 체계 가동

고용노동부 기준

-6℃ 이하

‘한파 관심’ 단계 격상
작업 전 안전보건교육 실시하여 보온용품·휴식 계획 점검

고용노동부 기준

-12℃ 이하 / 한파주의보

작업 시간·강도 조정
휴식 시간 확대
한랭질환 민감군은 다른 작업 배치

고용노동부 기준

-15℃ 이하 / 한파경보

옥외작업 최소화 또는 연기 검토

고용노동부 기준


산안법과 고용노동부 권고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법과 고용노동부 권고가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앞서 소개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관련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특히 현장 노동자들은 폭염 관련 대책에 사각지대가 많다고 말합니다.

폭염 관련 사각지대
  • 체감온도를 재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온습도계를 작업장 바닥에서 1.2~1.5m 높이에 두고 측정해야 하는데, 작업장 어디에서 잴 건지, 몇 시간마다 재야 하는지도 모호합니다.

  • 체감온도 33℃가 넘어가면 반드시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하지만, 사실상 관리감독자의 선의에 기대야 합니다. 휴식 시간이 길어질 경우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이는 공사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35℃ 이상일 때는 권고에 불과해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 물과 휴식 시간을 제공하면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주가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도 한계로 꼽힙니다. 노동자가 온열질환의 위험에서 실질적으로 보호받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형식적으로 물과 휴식을 주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준은 있지만 재기 어렵고, 재더라도 지키기 어렵고, 지켰더라도 노동자가 안전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산업 안전 전문가들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기준과 조치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폭염 시 노동자 안전 관련 기준 개선 방향


  • 더우면 작업을 무조건 중단하기: 국내법은 체감온도가 일정 이상일 경우 휴식을 하거나 노동자가 작업 중지를 요청해야 폭염작업을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잠깐 멈추는 것일 뿐 작업을 이어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온열질환에 계속 노출될 수 있는데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는 특정 기온을 넘어가면 모든 야외 작업이 법에 따라 금지됩니다. 노동자가 온열질환에 노출되는 것을 아예 막아버리는 것입니다.


  • 작업 중지 기준을 바꾸기: ‘체감온도 → 습구흑구온도’로 기준을 바꾸자는 제안입니다.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에 습도까지 반영해, 땀이 배출되지 않아 느끼는 더위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공사장 바닥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은 반영하지 않아, 현장 노동자가 느끼는 더위를 측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습도와 복사열을 모두 반영한 ‘습구흑구온도(WBGT)’를 기초로 작업 중단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WBGT 기준으로 31℃만 넘어가도 인간의 체온 조절 능력이 한계에 도달해, 미국·일본 등에서는 즉시 야외 작업을 중단하도록 합니다.


  • 온열질환 산재 처벌 요건을 강화하기: 현행 제도는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 시 물·그늘·휴식을 제공했는지를 핵심적으로 따지지만, 이를 제공했다고 노동자가 폭염작업에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자가 실제로 안전하기 위해서는 작업 강도는 어땠는지, 응급조치는 적절했는지 등을 종합하여 노동자가 컨디션을 회복할 기회가 충분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후위기 시대,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려면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는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지고, 산업 현장 노동자가 마주하는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규칙, 고용노동부 권고까지 제도는 갖춰져 있지만 온열질환 산업재해 건수는 5년 사이 5.9배 늘었습니다. 제도가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현장에 닿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는 뜻입니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이 기준으로 노동자가 실제로 안전해지느냐’입니다. 이 거리를 좁히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고요.

이러한 문제를 아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위험한 환경에 사람을 두지 말자는 겁니다. 폭염과 한파 시기에 옥외 작업을 로봇이 대신 맡는 그림인데요. 상상처럼 들리지만, 이미 산업 현장에는 피지컬AI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 글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피지컬AI, 산업 현장의 안전을 가져올 수 있을까?>에서 이어서 확인해보세요.


앱 다운로드

앱 다운로드